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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개비]
수련이 지는 것을 보지 못했죠.
내 눈은 지금도 장님이니까요.
연못에 어둠이 와도
당신은 그곳에 있을 것입니다.
바람만 수면위로 물결 지울 뿐
단 한 번도 행운은 찾아오지 않았죠.
길을 걷다가
수련을 닮은 여자를 보았지만
연못도 아닌데 누가 당신을 끄집어내겠어요.
그것뿐이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친구들이 만든 첫 미팅에서 뽑은 쪽지의
여자 이름이 수연이었죠.
나만 빼놓고
모두들 자기 마음의 짝이 안 맞는지
그만 없던 일로 하고
우산을 빼들고 뿔뿔이 거리로 흩어졌죠.
19세기 음악다방에 앉아
잠자는 꽃의 시간이
검은 음반 위에서 실처럼 풀려나가는 것을
가만히 듣습니다.
수련이 아름다운 것은
그것이 첫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수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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