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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덩어리 우리 남편]
집에 두고 나오면 근심 덩어리.
같이 나오면 짐 덩어리.
혼자 내보내면 걱정덩어리.
마주 앉으면 웬수 덩어리.
마눌이 현관문을 열고 나가려다
슬쩍 뒤돌아 나를 쳐다보면서 긴 한숨과 함께
혼잣말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래, 맞아!
내가 오늘날 어쩌다 요 모양 요 꼴이 되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아도 기가 탁탁 막힐 뿐이다. 정말!
나도 마눌 따라서
긴 한숨을 푹푹 내리 쉬었다.
어휴~!
[세월따라 변하는 남편이름]
“석진씨! 오빠! 아빠!”
“여봉~! 자기야! 예은 아빠! 소갈딱지씨!”
“야!”
결혼 초에서부터 백수가 된 오늘까지
우리 집 마눌님이 나를 향해 부르는 내 이름의 화려한 변천사다.
마지막의 “야!”가 절정의 하이라이트다.
울어야 할까? 슬퍼해야 할까?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
“지금 뭐라고 했어? 당신! ‘야’라니? 내가 ‘야’야?”
버럭 남편답게 소리를 꽥 지르려는 순간
“어머? 내가 ‘야’라고 불렀어? 미쳤나 봐, 내가.”
여우 같은 마눌은 미쳤다는 말로 자신의 입술을 때리며 슬쩍 위기를 모면했다.
아마도 마음속에선 못난 남편을 향해 얼마나 하고 싶었던 말일까?
그래, 결코 마눌을 탓하지 말자.
세월 따라서 남편을 부르는 이름도 달라져 가는 이놈의 세월을 탓하자.
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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