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고기]
곽서방 새색시는 눈코 뜰 새 없다.
꼭두새벽에 일어나 대식구 아침식사 준비하랴, 설거지할 틈도 없이 새참 만들어 함지박에 이고 종종걸음으로 논매기를 하는 들판으로 달려갔다가 부리나케 집에 와 점심 준비하랴 바쁘다.
막걸리 걸러서 오후 새참 들고 가고 저녁 준비하고
별 보고 빨래하고 나면 삼베적삼이 땀에 절어 등짝에 척척 달라붙어도
멱 감을 힘이 없어 안방에 들어가 쓰러진다.
문제는 녹초가 되어 눕자마자 잠 속으로 빠져드는 새색시의 하루 일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여름이라 식구들은 멍석을 깔고 마당에서도 자고 마루에서도 자고 안방에서도 방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자는데,
새색시가 답답해서 눈을 비벼 보면 신랑 곽서방이
그 육중한 몸을 덮쳐 쿵덕쿵덕 절구를 찧고 있었다.
치마를 올리고 고쟁이를 벗기는 것도 새색시는 몰랐다.
눈꺼풀은 천근만근 내려앉는데 곽서방의 절구질에 식구들이 깰까 봐 조바심을 내던 새색시도 마침내 곽서방을 안고 몸을 바르르 떨었다.
곽서방이 바지춤을 추스르며 제자리로 돌아가면 새색시는 새로 눈을 붙이는 둥 마는 둥 일어나 아침 준비를 해야 했다.
잠 한번 늘어지게 푹 자 보는 게 소원인 새색시는 걸으면서도 자는데 곽서방은 하룻밤도 빠지지 않고 새색시의 잠을 뺏는 것이다.
밤이면 밤마다 잊어버리지도 않고 올라타는 신랑을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 노심초사하던 새색시가 묘책을 떠올렸다. 새색시는 머슴을 시켜 까마귀 한마리를 잡아 왔다.
아침 수저를 놓고 머슴들과 들로 나가는 곽서방에게 새색시는 귓속말을 했다.
“점심상 가지러 머슴 보내지 말고 서방님이 직접 오세요.”
곽서방은 싱긋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새색시는 작은 솥에 손질한 까마귀와 마늘을 잔뜩 넣고 푹 고았다.
점심때가 채 되지도 않았는데 곽서방이 집으로 왔다.
“친정에서 인편으로 오골계 한마리를 보내왔더군요.”
지난 단옷날 씨름판에서 송아지 한마리를 타 온 장사 곽서방은 입이 함지박만하게 벌어져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오골계탕(?)을 먹어 치웠다.
부뚜막의 점심상을 싸는 새색시를 곽서방이 뒤에서 껴안더니 치마를 걷어올리고 바지는 내렸다.
“어머머.”
새색시는 부뚜막에 두손을 짚고 땀을 흘렸다.
그날 밤, ‘까마귀 고기를 먹었으니 밤일하는 걸 잊었겠지’ 하는 생각에 새색시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잠이 들었다.
허나 다시 집채만한 덩치에 눌려 눈을 뜬 새색시는 속으로 ‘까마귀 고기를 먹으면 까맣게 잊어버린다는데,
아직 약효가 나타나지 않은가 보다’며 참았다.
일을 마친 곽서방이 떨어지고 새색시가 다시 잠에 빠졌는데, 이럴 수가! 곽서방이 또 올라탔다.
하도 어이가 없어
“서방님, 조금 전에 했잖아요”
하니, 곽서방 하는 말 좀 보소.
“내가 언제 했어?”
ㅎㅎ
웃어야 건강해 집니다~ ^^